알쓸신잡(신비한 잡학사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우는 겨우살이

대한민국도장깨기 2011. 3. 9. 00:12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겨울은 꽤나 고통스런 계절입니다.

그래서 생긴 말이 '겨우살이'이지요

겨우 살아간다는 의미를 줄여서 부르는 말 '겨우살이'

 

그래서 저는 '겨우살이'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것이

가난한 달동네를 힘겹게 올라가는 연탄 리어커와

온기 한점 없는 냉방에서 전기 장판 한장으로 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 오릅니다

 

저에게도 춥고 배고팠던 '겨우살이'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이 거름이 되어서 힘든 시간을 버티는 힘이 되었지만.....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겨우살이'라는 말고 똑 같은 이름을 가진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이 녀석입니다.

나무들이 모두 휴식에 들어간 추운 겨울에도

혼자 파릇파릇하게 깨어있는 녀석입니다.

 

겨울나물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꼭 까치 둥지 같아서

사람들한테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요

 

저도 처음에 이 녀석을 봤을때는 웬 까치둥지?

하는 의아심이 생겼습니다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뿌리를 내려서 사는 반 기생 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겨우살이에 깊이 빠져서 자꾸만 겨우살이를 생각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문득 스쳐갑니다.

 

무속신앙에 나오는 무당은 신의 세계와 세속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교량 역할을 하는데요

 

무속신앙에서 신내림을 받았다는 것은

신이 사람의 몸속에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을 달리표현하면 몸주라고 합니다.

 

이처럼 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가 나무의 몸주가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나무가 생장해야 하는 계절에는 아무리 몸주라고 해도

근신하는 법인가 봅니다.

나무가 이제 제 할일 다 마쳤다고 휴식에 드는 시간에 겨우살이는

비로소 제 모습을 나무 앞에 당당하게 드러냅니다

 

 

이 둘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사이입니다.

땅에 뿌리 박은 나무는 하늘에 이상을 두고 살아가지만

평생 흙 한점 제 발에 묻히지 않는 겨우살이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을의 만찬을 위해 기꺼이 제 몸을

둥근 새둥지처럼 만들어 놓습니다

 

 

 

 

겨우살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시다구요?

하지만 조금만 겨우살이에 관심을 기우리면 우리에게 아주 친근한 나무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됩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중에 '리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둥근 모양의 이 리스에 빨강색 열매가 형상화되어 있는데요

 

이 리스가 바로 겨우살이를 형상화한 모형이라는 것을 아시는 분 계신가요?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이 리스를 걸어놓게 되는데요

 

또 서양에서는 겨우살이에 얽힌 아주 재미있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겨우살이 아래서 남녀가 키스를 하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입니다.

 

 

 

 

겨우살이와 관련된 북구 신화가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주신격인 전쟁의 신 오딘(Odin)이 있고 그의 아내인 사랑의 여신 프리가(Frigga)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토르(Thor) 발데르 (Baldur), 호드(Hod)가 등장합니다.

 

발데르가 태어났을 때 그의 어머니인 여신 프리가는 온 세상의 모든 만물들에게

자신의 아들을 헤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딱 하나

겨우살이를 까먹고 겨우살이에게는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무에 기생해서 겨우 살아가는 겨우살이가

너무 미미한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고의로 잊은척 한것일수도 있습니다.

 

심술 궂은 악의 신 로키(Loki)가 이 사실을 알아내어

발대르의 장님 동생 호드에게 놀이라고 속여서

겨우살이로 만든 창을 발데르에게 던지게 합니다.

결국 겨우살이 창을 맞은 발데르는 죽게 됩니다.

 

 

 

 

발데르의 어머미 프리가는 겨우살이 밒에서 아들을 살려달라고

간전히 기도를 합니다.

 

겨우살이가 프리가의 기도를 들어준 것일까요?

죽었던 발데르가 다시 소생하여 살아나게 됩니다.

프리가는 아들이 다시 살아나 부활한 것을 보고 겨우살이를 사랑과

생명의 상징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겨우살이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키스를 해야 한다고 정했다고 합니다.

 

이 전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잊혀진지 오래되었지만

그 관습만은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오랫동안 이어져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