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도장깨기/여행지 도장깨기

" 이 봄 꽃과 풀과 나무와 사랑에 빠져 보세요"

대한민국도장깨기 2011. 3. 4. 09:58

3월과 함께 봄이 시작되었다.

온갖꽃들의 호위를 받으며 화려하게 찾아오는 봄

하지만 이 봄에 무척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청주시 산남동에서

19년째 가람식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학명 대표다.

 

 

 

 

 

가람식물원 대표 정학명씨는 이른 봄에 식물원을 찾아온 봄을 이렇게 표현한다.

 

"겨우내 봄을 기다리느라 '까치발'로 서 있던 온 누리가

이젠 됐구나 싶어 뒷꿈치를 살짝 내려놓는 시간

겨우내 살 찌웠던 수목과 꽃들이 이젠 됐구나 싶어 살을 내려놓는 시절이지요"

 

 

 

 

 

 뭔가 표현이 예사롭지 않다.

온갖 꽃을 피우며 살아온 19년 인생이라고 하지만

그의 말투나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느낌은 뭔가 신비감을 불러낸다.

그 이유가 도대체 뭘까?

 

 

 

 

단정하게 정돈된 턱수염이 눈에 들어온다

그 턱수염 사이로 피어나는 부드러운 미소에서 살짝 베어나는 수줍음

가람식물원에서는 누구보다도 꽃과 식물들의 마음을 잘 알고 헤아려주는 다정 다감한 꽃 아빠지만

카메라 앵글앞에서는 사뭇 수줍은듯한  순수한 시골 소년의 마음이 베어난다

 

하지만 그 수줍은듯한 미소에서 흘러나오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가수 정태춘을 능가는 노래솜씨와 아름다운 운율과 깊은 사유를 자랑하는 詩로 표현된다.

 

정학명 대표는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인들 사이에서 큰형님으로 또는 다정한 오빠로

불릴만큼 시적인 역량과 인자한 인간미를 품어내는 보석 같은 시인이다.

 

 

 

 

벚꽃들의 모천회귀

 

              정학명

 

 

 

나무들의 가장 상류에

마침내 꽃들이 돌아왔다

 


돌아오기 위해

오직 꽃피기 위해 꽃들은

겨울의 언 대지 밑을 아주 멀리서부터 헤엄쳐 왔다

 


알자리를 찾아 하늘 바닥을 파느라

일제히 파닥거리는 저 흰 지느러미들

 


나는 꽃들의 강안에 앉아

하늘을 물들이는 꽃들의 방정을 무연히 바라본다

 


저 물탕 가득한 꽃의 시간으로부터

나는 얼마간 벗어난 그늘인 것이다

 


젊은 애인들은 팔짱을 끼고 혼인색에 물들어

별처럼 까르륵거리며 그들의 상류를 향해 간다

 


갸우뚱,

서로에게 기울어 있는 애인들로 인해

시간의 어느 한 가지는 또 아득한 허공으로 뻗어갈 것이다

 


언젠가 회귀의 때가 오면

그들도 어느 봄 밤 이처럼 강변에 나와

그늘의 어느 시간 속에 빛나는 별을 응시하기도 하리

 


이 봄,

강변 모텔에는 빈 방이 없고

산란을 마친 꽃들은 화르르 화르르

재티처럼 어둠 속에 진다

 

 

 

 

"올해는 혹한이 찾아와서 특히 베란다에 두었던 수목들이 많이 얼어 죽었어요.

그래 분갈이하러 오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잦습니다.

 

손님들 많은 거야 좋은 일이지만, 생명이 쓰러진 것은 두고두고 아픈 일이지요."

 

 


 

봄을 맞아 식물원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손님들의 발길 만큼  정학명 대표의 마음도 바쁘다

하지만, 그는 손님들에게 어떻게 꽃을 키워야 하며

분갈이는 어떻게 해야 하며, 물은 얼마만큼 주어야 하는지

꼼꼼히 일러둔다.

그에게 식물 한 그루 꽃 한포기는 자식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제가 기르는 수염을 보면서 사람들이 그럽니다. 왜 기르느냐고.

그것이 좋기 때문이라고,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라고 대답해 주죠.

 

삶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사회

그런 사회는 왜 수염을 기르느냐고 묻지 않습니다."

 

 

 

  "꽃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로만 사는 팍팍한 삶에 여가를 주고

쉼표를 찍어주고, 편안히 앉을 수 있는 그루터기가 되어 주기 때문이죠.

이 봄 꽃과 풀과 나무와 사랑에 빠져 보세요.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보인답니다."

 

세상을 통찰하는 맑은 눈을 가진 시인이 키우는 식물과 화초들로

이 봄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는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일것 같다. ^^

 

 

 

가람식물원 문의: 043) 295-7225

 

 

 

출처-충북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