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강
최두석
임진강이 굽어 흐르다 만나는 휴전선, 그 달개비꽃 흐드러진 십 리 거리에서 부모 없이 과년한 오누이가 살고 있었다.
오누이는 몇 마디씩 고구마 넝쿨을 잘라서 강 건너 밭에 심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고스란히
다 맞고 바라본 누이의 베옷. 새삼스레 솟아 보이는 누의의 가슴 언저리. 숨막히는 오빠는 누이에게 먼저 집에 가라 하고
집에 간 누이는 저녁 짓고 해어스름에도 아직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찾아 나섰다.
덤불숲 헤매다 반달이 지고 점점점 검게 소리쳐 흐르는 강물, 그 곁에 누워, 오빠는 죽어 있었다.
자신의 남근을 돌로 찍은 채.
하여 흐르는 강물에 눈물 씻으며 누이가 뇌었다는 말,
"차라리 달래나 보지, 달래나 보지 그래....."
시집<대꽃>중에서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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