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도장깨기/여행지 도장깨기

행복전도사로 사는 지리산 시인 이원규^^

대한민국도장깨기 2011. 3. 15. 11:05

 

 

 

 

가끔 '행복'이 뭘까 묻고 싶어질때가 있다.

'행복' ~'행복'~ '행복'~

 

 

행복이란 단어를 입안에 넣고 자꾸 굴리다 보면 입안에 샘물처럼 고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지리산 시인'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원규 시인이다.

 

그의 인생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그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찾은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행복과는 너무 다른 모습의 행복이다.

 

이원규 시인의 가족사에는 우리 민족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의 등단작 '빨치산 아내의 편지'에서 유추해볼 수 있듯이 그의 아버지는 6.25당시

인근에 있는 부농의 아들로 태어나 앞서가는 사회의식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다.

 

시인의 아버지는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었던 집안의 전재산을 마을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엄청난 일을 벌였다고 한다.

할아버지대에 이룩한 엄청난 재산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버지는 당시의 사회기류에 휘말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시인은 외가가 있는 문경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중학교 소풍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시인은 온다간다 말도 없이  곧장 백암사(?)로 떠난다.

너무 이른 출가였다.

 

 

 

 

 

백암사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시인은 다시금 전두환정권에 의해 포승줄에 묶여 절에서 나오게된다.

그때부터 검정고시를 치뤄 다시 대학에 입학한다.

(학창시절 아이큐가 거의 천재수준을 웃돌정도로 머리가 좋았다고 한다 ^^)

 

대학졸업 후 서울에 있는 잡지사 기자로 열심히 뛰어다니던 중

또다시 아귀다툼과 사리사욕으로 똘똘 뭉쳐있는 이 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세속에서 얻은 부와 명예를 모두 버린채 오토바이하나만 가지고 지리산으로 입산한다

 

 

 

 

여기서부터 그의 행복론이 전개된다.

 

 

 

 

 

"주인장도 없는 집에 우리 세 식고 잘 쉬다 가오.

 

 

방값은 복숭아와 사과 그리고 치약이 전부요.

연봉 7백만 원 집안에 가세를 보태주고 가야하는데~ㅠㅠ.

서울 오면 다 갚으리다.

참, 없는 살림에 책 두 권 서리해 가오. 아무래도 안 읽을 듯 하야~ ㅋ.

잘 자고 갑니다요. 산이 엄마 아빠."

 

며칠 집을 비운 사이 후배 부부가 하룻밤 자고 갔나보다.

지리산에서 12년 동안 여섯 번 이사를 하면서도 내내 자물쇠 없는 집에서 살았다.

연세 50만원 수준의 빈집에 살며 더 이상 잃어버릴 것도 없고, 누군가 훔쳐갈 것도 없으니

그동안 자물쇠가 필요 없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어차피 내 집도 아닌데다 이름하여 ‘너와 나의 경계가 없는 우리들의 산방’이라는 뜻의

피아산방(彼我山房)을 떡하니 당호로 내걸었으니 어찌 자물통을 잠글 수 있겠는가."

 

[출처] 지리산에서 돈없이 잘 놀기|작성자 피아산방

 

 

 

 

 

자물쇠가 없는 집에 사는 시인은 특별히 재산을 모으지 않는다

말 그대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월세 2만원에서 3만원정도면 충분하다.

 

한집에 머물러 사는 것보다는 일년이나 이년마다 옮겨다니면서 산다.

흘러가는 구름처럼 가볍게 살아가는 행복론을 몸소 실천한다.

 

그렇다고 이사때마다 세간살이들을 다 싸 짊어가지고 다니지도 않는다

살던 집에 그대로 두고 간다.

누군가 이 집에 와서 살때 필요할지 모를 물건들이라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특별한 벌이는 없지만 이원규 시인의 삶은 늘 풍족하다.

지리산에서 함께 교류하며 사는 박남준시인이 있고 또 지리산에 입산하여 10년만에 만난 신희지 여사가 있고

그외 문학과 예술을 하는 친구들이 속속 지리산으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가수 안치환이 곡을 붙여 노래로 부르면서 더 유명해진 시다.

안치환의 노래를 듣다보면 이 시 한편에 시인의 다 삶이 다 녹아있는것 같아 마음이 짠해진다.

 

 

 

                     

 

산길을 달리고  또 달리는 그의 인생에서 빼 놓을수 없는 한가지는 바로 여행이다.

 

 

 

 

이원규 시인이 자주 달리는 섬진강변의 매화가 봄소식을 알려온다.

 

 

 

 

하마터면 사람들의 발길에 밟힐 수도 있었을 이 작은 꽃에도 시인의 눈길이 머문다.

 

 

 

                                                                     

다리를 다친 말똥가리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아는 시인이기에

허공을 날아다니는 새의 아픔까지도 다 보듬어 치료해주어야 마음이 편하다

 

 

 

          

 

지리산 둘레길을 달리며 나름의 행복을 가꿔가는 시인의 삶에 생긴

또하나의 기쁨이 '지리산 학교'다.

'지리산 학교'는 지리산에 들어와 살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지역민들을 위해 만든 학교로 특별히 수업료가 없다.

그렇다고 일반학교처럼 딱딱한 교칙도 없다.

하지만 선생님들 만큼은 이나라 최고의 예술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지리산학교를 찾는 인근주민들은 요즘 새로운 행복를 찾았다고 한다.

 

한편, 지리산 학교는 이원규 시인의 문학 동료인 공지영 소설가가 책으로 묶여내면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MBC 스페셜로 방영되기도 했었다.

 

이맘때쯤이면 섬진강가에 매화꽃과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피었을텐데.........

무소유의 삶에서 행복을 찾은 시인이 만들어준

매화차 한잔이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사진출처- 이원규 시인의 블로그에서